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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용 칼럼니스트

【문민용 칼럼】 소통과 착각

 

* 세계에서 가장 큰 열차 사고는 1994년 1월 3일 스페인의 레온에 있는 엘토로 터널에서 생긴 사고일 것입니다. 500명 이상이 죽은 사고였습니다.

 

이 열차는 기관차를 앞과 뒤에 달고 달리는 긴 여객열차였습니다. 사고가 난 이날 열차가 엘토로 터널에 들어갔을 때 앞쪽 기관차가 갑자기 섰습니다. 앞 기관차가 섰을 때 뒤 기관차는 터널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후진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앞 기관차가 고장이 난 것을 바로 잡고 차를 앞으로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동안 두 기관차끼리 의사소통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양쪽 기관차는 차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얼마 동안 더욱 속력을 냈습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터널 속에서 두 기관차가 반대 방향으로 줄다리기를 한 동안 승객들은 기관차에서 뿜어내는 일산화탄소를 마시고 죽게 된 것입니다.

 

*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로 가는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화입니다. 한 승무원이 기차에 타고 있는 승객들의 표를 검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연신 혼잣말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큰일이 났군, 큰일이 났어." 이윽고 기차의 한 칸을 모두 검사하고 나서 승객들을 향해서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승객 여러분, 여러분은 모두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셨으니 다음 역에서 내려서 갈아타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기차의 안내방송에 의하면 분명 브뤼셀로 가는 기차인데. 그렇다! 기차를 잘못 탄 것은 승객이 아닌 승무원이었던 것입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승객 모두가 브뤼셀로 가는 기차표를 지니고 있었다면 "아니 이거 내가 기차를 잘못 탔나! ?" 하고 생각해 볼 일이건만 이 승무원은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나 강한 확신을 지닌 나머지 이런 실수를 저질렀던 것입니다.

 

기차이었기에 망정이지 그 승무원이 운전하는 차였다면 그 승객 모두는 브뤼셀이 아닌 그 반대의 곳으로 갔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나, 우리의 역사도 혹시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는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알프스의 산을 등반한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숨이 차고 목이 갈하던 참에 계곡에 떨어지는 폭포로 가서 정신없이 벌컥벌컥 꿀맛 같은 생수를 마셨습니다. 몸을 일으켜 입을 씻고는, 조금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게시판을 보게 되었는데, 앗차! 거기에는 'poison(독약)'이라고 쓰여 있는 게 아닌가.

 

자기가 독약이 들어 있는 물을 마셨다고 생각한 청년의 얼굴이 금새 하애졌습니다. 구역질이 나고, 몸에 열까지 났습니다. 허둥지둥 산에서 내려와 병원엘 갔습니다. 진찰을 마친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단다. 청년이 병원에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자, 의사는,

 

"청년이 혹시 poisson(낚시)을 poison(독약)으로 잘못 본 게 아니요? 그곳에 낚시질을 금지하는 게시판이 서 있으니까요." 청년의 몸에서 금방 열이 내리고, 구역질도 없어졌습니다.

 

* 옛날 임금이 타는 당나귀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임금이 당나귀를 타고 나라를 한 바퀴 순찰하면 온 국민이 나와서 왕에게 환호하고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임금을 등에 태운 나귀는 왕을 태운 역할에 걸맞게 온갖 아름다운 장식을 해서 멋지게 보입니다.

 

국민은 왕과 함께 그 나귀를 향해서도 갈채와 찬사를 보냅니다. 이러한 갈채와 환호에 고무된 나귀는 어느 날 왕을 땅에다 내동댕이쳤습니다. 왜냐하면 국민의 갈채와 환호를 혼자서 다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나귀는 왕이 없으면 그 모든 환호와 갈채를 자신이 모두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나귀가 왕을 땅에다 내동댕이치는 순간, 나귀에게는 참수형이 내려졌습니다.

 

* 미국의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베토벤의 서곡을 연주할 때의 일입니다. 그는 곡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 트럼펫 연주자를 관중석에 앉아 있도록 했다가 솔로로 불게 했습니다.

 

연주에 들어간 지휘자는 신나게 지휘봉을 휘두르다가 하이라이트인 트럼펫 연주 부분이 되자 갑자기 관중석으로 돌아서서 더욱 힘차게 지휘봉을 휘둘렀습니다. 그런데 들려야 할 트럼펫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크게 당황한 그는 관중석을 향해 다시 지휘봉을 크게 휘둘렀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펫 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트럼펫 연주자는 수위에게 망신당하고 있었습니다. 수위는 연주자가 관중석에서 트럼펫을 들고 불려고 하자 방해꾼인 줄 알고 두 팔을 잡아 뒤로 젖히고는 자신이 마치 큰일을 해낸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때로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하는 줄 알고 의기양양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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