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제신문]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심상치 않다.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들어서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동일하이빌 파크밸리’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불거진 오염토 및 오염수 무단 반출 의혹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두 가지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나는 자본력을 앞세워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대기업 건설사의 오만함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검증 의무를 팽개친 채 기업의 민원 해결사로 전락한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 행정이다.
시작은 공사 현장에서 악취를 풍기는 검은 흙과 오염수가 대량으로 실려 나간다는 주민들의 지극히 상식적인 의혹 제기였다. 현장은 꼭꼭 숨겨졌지만, 주변에서 포착된 사진 속 토사의 색깔과 고여 있는 오염수의 상태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정상적인 흙의 범주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토양환경보전법과 물환경보전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대한민국에서, 환경 오염과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면 언론이 취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지자체의 대응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관할 지자체인 용인시 처인구청은 현장을 방문하고도 자체적인 성분 분석이나 공인된 기관을 통한 교차 검증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의혹의 당사자인 시공사(동일토건) 측이 사설 측정기관에서 받아온 “문제없다”는 자체 결과지 한 장을 그대로 믿고 토사 반출을 덜컥 허가해 준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자, 피의자가 제출한 자조 섞인 반박문만 보고 무죄를 선고한 셈이다. 지자체 공무원이 기업의 ‘셀프 면죄부’에 행정적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대변인으로 전락한 순간이다.
백보 양보해 그 결과지가 백퍼센트 진실이라 치자. 그렇다면 떳떳하게 언론과 주민 앞에 시험성적서를 공개하면 그만이다. 투명한 공개야말로 소모적인 의혹을 종식시키고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가장 빠른 길이다. 하지만 동일토건 측이 선택한 방식은 당당한 증명이 아니라 고압적인 ‘협박’이었다. 이들은 자체 결과지의 공개를 완강히 거부하며 “의혹 기사를 발행하면 사내 법무팀을 통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구청을 통해 언론을 압박했다.
이는 전형적인 ‘언론 재갈 물리기’이자 대자본의 횡포다. 대형 로펌과 법무팀의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 삼아 비판적인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고, 주민들의 알 권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된 의도가 깔려 있다. 떳떳하다면 법무팀이라는 무시무시한 방패 뒤에 숨어 호가호위할 이유가 없다. 공개하지 못하는 서류, 보여주지 못하는 성분 분석표야말로 도리어 그 흙이 ‘썩은 흙’이며 폐기물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혹을 증폭시킬 뿐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국가적 대업의 배후 주거단지를 짓는 건설사라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겉으로는 친환경 주거 공간을 표방하면서, 속으로는 환경 오염 의혹을 은폐하고 언론의 정당한 비판에 법적 보복을 운운하는 행태는 이중성의 극치다. 처인구청 역시 이제라도 업체의 거수기 역할을 중단하고, 공공부지에 쌓인 토사를 즉각 압류해 공인 기관의 투명한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동일토건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 법무팀의 서류 가방으로 시민들의 눈을 가릴 수 없고, 정당한 언론의 펜대를 꺾을 수 없다. 진실을 덮으려는 자가 범인이라는 격언은 언제나 유효하다. 본지는 법적 위협에 굴하지 않고 정보공개청구와 최종 사토장 추적을 통해 이들이 감추고자 하는 ‘썩은 진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파헤쳐 고발할 것이다.
[ 연관기사 ]
【단독】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배후 단지, '오염토·오염수 무단 반출' 의혹… 시공사 동일토건 "법무팀 대응" 취재 제한 논란 https://www.ggeco.co.kr/news/article.html?no=3544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