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경제신문]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은 《2025 아워세트 : 김홍석×박길종》을 3월 25일부터 10월 12일까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개최한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2022년부터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창작자 간의 협업인‘아워세트(Our Set)’시리즈를 통해 현대미술의 실험적 경향을 소개해 왔다. 올해‘아워세트’는 협업에 방점을 두기보다 매체와 장르를 유연하게 확장해 온 두 작가의 매체 실험에 주목하여 김홍석(b.1964)과 박길종(b.1982)의 2인전을 선보인다.
김홍석은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제도, 시스템, 개념을 뒤집기 위해 번역과 차용의 관점에서 조각, 영상, 퍼포먼스, 설치, 회화, 드로잉, 텍스트,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한다. 퍼포먼스에 사람이 개입되는 것을 염두하고, 실제 퍼포먼스가 아닌 극사실 인체조각과 텍스트로 정황을 제시하는 '침묵의 고독'(207, 2019)처럼, 김홍석의 매체에는 대상을 도구화하지 않기 위한 윤리적인 선택이 담겨 있다.
2010년부터 길종상가를 운영하며 가구, 아이템 제작, 디스플레이, 전시 등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에서 구분 없이 활동하는 박길종은 휘어진 책 선반, 폐지 줍는 할머니의 유모차, 생활용품, 힐끗 본 장면에서 사물의 독특한 질서를 포착하고 도구, 집기, 가구, 장치, 기구 등 쓰임의 경계가 혼합된 오브제를 만든다. 여기에는 이질적인 것을 메우는 물질적 상상력과 발상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두 작가의 매체 실험에서 뼈 있는 농담의 무대를 발견하고 이를 네 개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러닝타임(Running time)’은 개막을 기점으로 정지된 전시의 시간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공연처럼 작동시키는 박길종의 사물+오브제이다. '전시 보행기'(2023)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2025)는 관람객이 자신의 소지품을 거치하고, 전시장을 이동하며 사용하는 것으로 사용자, 관람객, 퍼포머를 하나로 겹쳐 놓는 움직임을 발생시킨다.
‘오픈 스테이지(Open stage)’에서는 김홍석의 작업에서 회화, 조각, 드로잉과 쌍을 이루는 텍스트, 목소리(이야기), 숨과 같은 요소들을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로서 접근한다. 텍스트, 이야기, 목소리, 숨과 같은 비물질 재료들은 우리의 인식, 보이지 않는 힘의 작용과 위계, 제도를 투사한다.
‘인터미션(Intermission)’에서는 미술의 형식과 매체를 실험하는 각각의 태도를 보여준다. 1980년대 한국 미술대학에서 일본을 통해 번역된 서구 미술을 배운 자신을 은유하듯, 서구적 재료인 아크릴 물감과 모델링 페이스트로 동양의 매란국죽을 그린 김홍석의 〈사군자-231234〉(2023)와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던 2000년대 후반 도시 풍경 속에서 어긋난 파편을 발견해 온 박길종의 시선이 담긴〈개미굴 체스〉(2023)를 병치하여 서로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활동해 온 두 작가에 대한 대조점을 환기한다.
‘백 스테이지(Backstage)’에서는 서로 다른 종(種)의 식물을 접목하듯 만든 박길종의 사물+오브제를 무대 이면의 백스테이지처럼 소개한다. 하수구 배수 그레이트 사이로 빼꼼 나온 식물을 보고 파라솔 아래 누워있는 사람을 연상하며 만든 '여름 그늘'(2023) 속 식물, 조명, 배수 그레이트의 조합처럼, 카테고리를 벗어난 사물의 접목은 효율성을 향한 일방향의 개량이 아니라, 도시 문명에서 박길종이 세심하게 고안해 낸 신묘한 공생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