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제신문】“시에서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는 그 사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표수훈, 행궁맛촌 상인회장)
“수원화성 주변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받고 있습니다. 또 기존 주택을 헐어버리고 한옥을 짓는 것은 행궁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우현준, 행궁동 주민)
수원화성 마을 주민들, 자유롭게 의견 제시
7일 선경도서관에서 ‘수원화성마을, 착한 발전의 길은?’을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참시민 토론회’에서 발언자로 나선 주민들은 수원화성 일원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아쉬움과 바람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토론회에 함께한 염태영 수원시장, 김창범 팔달구청장을 비롯한 공직자와 시의원들은 주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주민들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방안을 모색했다.
‘참여하는 시민들의 민주주의’의 첫 글자를 따 만든 ‘참시민 토론회’는 시민 참여와 열린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소통 토론회’다. 지난 3월 ‘수원 시민의 정부, 청년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첫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수원화성마을을 발전시키면서 주민 만족도도 높일 방안을 모색했다. 수원화성은 역사문화의 보고(寶庫)이자 수원시 관광 거점, 생태교통 발상지이지만 정작 거주민들의 생활 만족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8명의 주민이 발언자로 나섰다. 주차장 부족, 아이들 통학로 안전, 주민 참여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왔다.
주차장 확대, 통학로 안전 확보 요청
한창석 행궁동주민자치회 부회장은 “행궁동을 찾는 이는 많은데,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골목마다 세워놓은 자동차 때문에 걸어 다니기가 불편하고, 주차 문제로 방문자와 거주민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오인숙 ‘아름다운 행궁길’ 대표도 “주차난 해결을 위해 남창초등학교 운동장을 개방해 달라”고 요청했다.
염 시장은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고, 수원시 모든 동에서 전체 차량의 60% 정도만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시 전체가 주차난을 겪고 있다”면서 “주차장을 만들어 모든 차량을 수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궁동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차장을 늘리고 있다”며 주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자녀가 남창초등학교에 다니는 송옥란 씨는 “공방거리에 상가에서 내놓은 적치물과 큰 화분이 많아 아이들이 등하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또 차는 많은데 신호등이 없어 아이들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창범 팔달구청장은 “화분을 치워달라는 주민도 있고, 화분이 있는 게 좋다는 주민도 있다”면서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 하고,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말을 듣고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객석에서 있던 한 시민은 “다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만 요구하고 있는데, 개인보다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도시재생사업, 주민 참여 확대해야
행궁동 주민 김형수 씨는 “도시재생사업 참여 프로그램이 주로 낮에 이뤄지기 때문에 주민들 참여도가 낮다”며 “좀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에 프로그램을 열어 달라”고 당부했다. 안상욱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은 “저녁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스마트폰 활용한 ‘온라인 소통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온라인 소통 프로그램에서는 주민들의 ‘수원화성 마을 관련 정책 선호도’를 알아보는 투표, 자유로운 의견 제시가 이뤄졌다.
‘수원화성 마을 발전과 주민의 행복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우선 과제’를 선택하는 투표는 토론회 시작 전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81명이 참여한 사전 투표에서는 ‘소통, 공감을 위한 주민 참여 확대’가 37%로 가장 많았고, ‘주민 편익시설 확충(주차장, 놀이터, 노인정)’이 36%로 뒤를 이었다. ‘지역(동 별)의 균형적인 개발’이 19%, ‘골목 상권 활성화(보호) 지원’이 8.6%였다.
토론을 마친 뒤 88명이 참여한 투표에서는 수치가 달라졌다. ‘소통, 공감을 위한 주민 참여 확대’가 55%로 18%p 상승했고, ‘주민 편익시설 확충’ 24%, ‘지역의 균형적인 개발’ 14%, ‘골목상권 보호’는 8%였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또 ‘수원화성 마을 발전과 주민 행복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해법’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했다.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이 가장 많은 추천(19명)을 받았고, ‘관광객만을 위한 수원화성을 만들지 말고, 주민들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들어달라’는 의견이 13명의 추천을 받았다.
▲주차장 증설(13명) ▲행궁동 주민헌장 제정(9명) ▲생태교통 정신 계승(8명) ▲관광객의 도심 진입 방법 전환(7명) ▲지동 균형 발전(6명) 등 의견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참시민토론회를 기획한 제진수 시민소통기획관은 “생각의 차이를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느냐가 새로운 민주주의 사회를 열어가는 지름길”이라며 “배려하는 마음과 소통 정신이 행궁동의 새로운 모델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염태영 시장은 “민주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려면 시민들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며 “일방적인 행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각 구와 동에서도 참시민 토론회와 유사한 형태로 주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이어 “행궁동 주민들의 아픔을 이해한다”면서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